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겪는 통증은 많은 환자들에게 큰 고통과 불안을 안겨줍니다. “얼마나 아프세요?”라는 의료진의 질문에 자신의 고통을 숫자로 표현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며,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환자는 자신의 아픔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고, 의료진은 객관적인 데이터 없이 경험에 의존해 약물을 처방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인공지능(AI) 기술이 이러한 의료 현장의 오랜 과제를 해결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AI 헬스테크 전문기업 스텔라큐브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과 손잡고, 수술 후 통증을 AI로 예측하고 관리하는 ‘PainX’ 알고리즘 개발을 위한 12개월간의 공동 임상 연구에 착수했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존 통증 관리의 한계: 주관성에 기댄 아날로그 방식
현재 대부분의 병원에서 사용하는 통증 평가는 숫자 통증 등급(NRS, Numeric Rating Scale)과 같은 환자의 주관적인 표현에 크게 의존합니다. 환자가 “7만큼 아파요”라고 말하면, 의료진은 그에 맞춰 진통제를 투여합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통증을 느끼고 표현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 방식은 여러 한계를 가집니다. 같은 강도의 자극에도 어떤 사람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반면, 다른 사람은 비교적 잘 참아내기도 합니다. 이러한 주관성은 통증 관리의 일관성을 떨어뜨리고, 약물 투여의 편차를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특히, 수술 환자의 약 70~80%가 경험하는 급성 통증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경우, 만성 통증으로 발전하여 장기적인 고통과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객관적인 통증 관리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합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고통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방법이 없어 심리적 위축감을 느끼기도 하며, 이는 회복 과정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PainX’의 등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증을 정량화하다
이번 스텔라큐브와 고려대병원의 공동 연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연구의 핵심인 ‘PainX’는 환자의 주관적인 호소 대신, 객관적인 생체신호를 기반으로 통증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AI 알고리즘입니다. 통증이 발생하면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는 미묘하지만 측정 가능한 변화를 보입니다. PainX는 심전도(ECG), 광혈류측정(PPG), 피부전기활동(GSR), 산소포화도(SpO₂), 호흡수 등 다양한 생체신호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여 통증의 강도를 0에서 10까지의 숫자로 정량화합니다. 이는 마치 몸이 보내는 보이지 않는 비명(silent scream)을 AI가 정밀하게 포착하여 “현재 환자는 6 수준의 통증을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의료진에게 알려주는 것과 같습니다. 더 나아가,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통증이 발생하기 전의 미세한 신호 패턴을 학습하여 “30분 후에 통증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와 같은 예측 정보까지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AI 통증 예측의 핵심 기술과 작동 원리
PainX 알고리즘의 놀라운 능력은 머신러닝 기술에 기반합니다. 연구팀은 수많은 환자로부터 수집한 방대한 양의 생체신호 데이터와 그들이 실제로 느낀 통증 강도 데이터를 AI 모델에 학습시킵니다. 이 과정을 통해 AI는 특정 생체신호 패턴과 통증 강도 사이의 복잡한 상관관계를 스스로 터득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통증이 심해질 때 나타나는 심박수의 미세한 변화, 혈류량의 변동, 피부의 전기적 저항 감소 등의 패턴을 인식하여 이를 통증 점수로 변환하는 것입니다. 이번 임상 연구에서는 전신마취 수술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PainX의 정확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게 됩니다. 최종적으로는 통증 예측뿐만 아니라,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가장 적합한 약물 종류와 투여량을 추천하는 완전 자동화된 통증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비전입니다.
미래 의료의 패러다임 전환: AI 통증 관리가 가져올 변화
AI 기반 통증 관리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의료 현장에는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첫째, 환자들은 통증이 심해지기 전에 선제적인 조치를 받음으로써 고통을 최소화하고, 보다 편안하게 회복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는 환자의 회복 기간을 단축시키고 입원 기간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 필요한 만큼의 약물을 정확한 시점에 투여하게 되므로, 진통제 오남용 및 그로 인한 부작용의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셋째, 의료진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어, 진료의 질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아픔’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인정받고, 그에 맞는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환자에게 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만족도입니다. 이는 환자와 의료진 간의 신뢰를 더욱 두텁게 하고, 치료 결과를 긍정적으로 이끄는 선순환을 만들 것입니다.
개인 맞춤형 통증 관리의 서막
스텔라큐브와 고려대병원의 이번 공동 연구는 단순히 하나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통증 관리의 패러다임을 ‘주관적 경험’에서 ‘객관적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이는 모든 환자가 자신에게 최적화된 개인 맞춤형 치료를 받는 정밀 의료 시대를 앞당기는 신호탄이기도 합니다. 이제 통증 때문에 혼자서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병원을 선택하는 기준에 ‘첨단 AI 통증 관리 시스템’의 유무가 중요한 항목으로 추가될지도 모릅니다. 이 혁신적인 기술이 가져올 더 건강하고 편안한 미래를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