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기적인지를 우리는 종종 잊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삶의 가장자리에 서서 절망과 싸워본 이들에게 ‘보통의 하루’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간절한 소망이 되기도 합니다. 배우 최필립 씨가 전해온 아들의 소아암 완치 소식은 바로 그 평범함의 가치와 절망을 이겨낸 인간 승리의 감동을 우리에게 깊이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단순한 기쁨의 소식을 넘어, 한 가족이 감내해야 했던 고통의 시간과 그 속에서 발견한 지혜, 그리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감사의 기도는 우리 사회에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4살 아들에게 닥친 청천벽력 같은 시련과 그것을 이겨내기까지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보겠습니다.
청천벽력 같던 4살 아들의 소아암 4기 진단
2022년, 배우 최필립 씨의 가정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당시 4살이었던 둘째 아들 도운 군이 ‘간모세포종 4기’라는 무서운 진단을 받은 것입니다. 간모세포종은 주로 5세 미만의 영유아에게 발생하는 간의 악성 종양으로, 소아암 중에서도 드물지만 치명적인 질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4기’라는 진단은 암세포가 간을 넘어 다른 장기까지 전이되었을 가능성을 의미하기에, 가족이 느꼈을 충격과 공포는 감히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고 신기하기만 할 나이에, 작은 몸으로 감당해야 할 병마의 무게는 너무나도 가혹했습니다. 그날 이후, 가족의 시간은 병원 시계에 맞춰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수차례에 걸친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와 생사를 넘나드는 대수술. 천진난만하게 웃고 뛰어놀아야 할 아이는 병실 침대 위에서 어른도 견디기 힘든 치료 과정을 묵묵히 견뎌내야만 했습니다. 최필립 씨와 그의 아내는 아들의 곁을 지키며, 찢어지는 마음을 부여잡고 오직 아이의 회복만을 간절히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냈습니다. 이는 비단 한 아이의 투병기가 아니라, 가족 전체가 온몸으로 맞서 싸운 처절한 전쟁의 시작이었습니다.
병원 공포를 이겨낸 ‘장난감 자동차’의 기적

어른에게도 병원은 두려움의 공간입니다. 하물며 어린 아이에게 주사 바늘과 차가운 의료 기계, 낯선 사람들의 시선은 공포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도운 군 역시 병원에 대한 극심한 공포심을 보이며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아이가 치료를 거부하고 울부짖을 때마다 부모의 마음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바로 그때, 최필립 씨는 아들의 눈높이에서 소통하는 지혜를 발휘했습니다. 그는 병원에 갈 때마다, 그리고 힘든 검사나 치료를 마칠 때마다 “용감하게 잘 해내면, 멋진 장난감 자동차를 사줄게”라는 약속을 했습니다. 이 작은 약속은 놀라운 힘을 발휘했습니다. 아이에게 ‘병원’은 더 이상 무섭고 고통스러운 곳만이 아닌, 용기를 내면 ‘멋진 자동차’라는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장난감 자동차는 단순한 선물을 넘어, 아이가 고통스러운 현실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동기부여이자 희망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 약속 덕분에 도운 군은 힘든 치료 과정을 이전보다 훨씬 용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고, 이는 치료 결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아이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작은 약속을 통해 거대한 공포를 이겨내게 한 부모의 지혜가 만들어낸 작은 기적이었습니다.
‘완치’ 판정, 그러나 끝나지 않은 여정
길고 어두웠던 터널의 끝에서 마침내 한 줄기 빛이 보였습니다. 수많은 이들의 기도와 응원, 의료진의 헌신, 그리고 무엇보다 강한 의지로 병마와 싸워온 도운 군은 마침내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는 가족에게 허락된 가장 큰 축복이자 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최필립 씨는 기쁨 속에서도 부모로서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암이라는 병은 안심할 수 없기에 매년 추적 검사를 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까지 일주일 동안 경험하는 조마조마하고 불안한 마음은, 소아암을 겪은 아이를 둔 모든 부모가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와도 같을 것입니다.
그의 고백은 ‘완치’라는 단어가 투병의 완전한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며, 재발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암 생존자’ 가족의 현실을 담담하게 드러냅니다. 그렇기에 그는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하기보다, 늘 감사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합니다. 이 다짐은 앞으로의 삶을 더욱 겸손하고 소중하게 여기겠다는 한 가장의 진심 어린 약속이기도 합니다.
감사의 마음과 세상에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최필립 씨는 아들의 완치 소식을 전하며, 가장 먼저 아들을 위해 헌신해준 의료진과 이름도 얼굴도 모른 채 따뜻한 응원을 보내준 수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한 아이를 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고와 사랑이 필요한지를 그는 뼈저리게 느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그는 자신들이 겪었던 것과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다른 환아와 그 가족들을 향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잊지 않았습니다. 가장 힘든 시간을 지나온 사람이 건네는 “다 잘 될 거야”라는 말 한마디는 그 어떤 위로보다 더 큰 힘과 용기를 줍니다. 최필립 씨 가족의 이야기는 이제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들에게 살아있는 증거이자 희망의 등불이 되었습니다.
우리 역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주변을 돌아보게 됩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가족의 건강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그리고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최필립 씨 가족이 보여준 사랑과 용기, 그리고 감사의 마음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따뜻한 울림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